“또 늦었어요” 뒤에 숨은 이야기

매일 아침 8시 30분이 되면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늘 종이 울리고서야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 싶었지만,
일주일 내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그냥 넘길 수 없었죠.

“오늘도 늦었네, 무슨 일 있었니?” 하고 물었지만
그 아이는 짧게 “그냥 늦잠 잤어요.” 하고 웃으며 넘어갔습니다.

단순한 지각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사로서의 ‘감’이 이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이를 따로 불러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지각은 ‘의지 부족’으로만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행동의 이유를 먼저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훈계 대신, 진심이 느껴지도록 물었습니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던데, 혹시 집에 무슨 일이 있어?”

그제야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습니다.
“요즘 아빠가 출근이 늦어져서… 같이 나와야 해서요.

엄마는 일찍 나가서 아침도 혼자 먹어요.”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덜컥했습니다.

그동안 ‘무책임한 학생’으로만 봤던 아이의 뒷면엔
가족의 사정과 책임감이 숨어 있었던 거죠.

저는 우선, 아이를 비난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랬구나. 네 사정 이해했어. 하지만 네가 지각하면 하루 시작이 항상 급해지고 마음이 불편할 거야. 그걸 바꾸는 건 선생님이 아니라 너 자신이야. 같이 방법 찾아보자.”

아이와 함께 ‘나만의 아침 루틴표’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담임으로서 가정과도 소통했습니다.
간단한 통화로 “아이의 등교 습관을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전달드렸습니다.

다행히 학부모님도 상황을 이해하고 적극 협조하셨습니다.
며칠 후, 아이는 웃으며 “오늘은 제가 먼저 나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학급 전체의 아침 분위기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지각하지 마라”는 경고보다는 ‘아침 등교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침 맞이 인사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아침이야!” “오늘 컨디션 어때?” 하고 인사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하루를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학생들이 점점 활기차게 인사하기 시작했고, 교실 문 앞엔 웃음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각 학생은 거의 사라졌고 “선생님, 아침 인사하러 빨리 왔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생겼습니다.

한 명의 변화를 계기로 학급 전체의 분위기가 바뀐 셈이었죠.

이 일을 통해 저는 ‘지도’와 ‘이해’의 차이를 배웠습니다.
단순히 “지각하지 마라.”라는 지시로는 아이의 행동을 잠시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그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는 걸요.

교사의 역할은 학생의 행동 이면에 있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각, 결석, 산만함… 그 어떤 문제 행동도 아이의 삶 속에서 이유 없이 생기지 않습니다.

앞으로 저는 한 학생의 작은 반복된 행동에서도 그 속에 숨은 사연을 읽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혼나기 전에 먼저 털어놓을 수 있는’ 교실,
그런 공간을 만들어가는 게 진짜 생활지도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공부한다고 고생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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