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다툼’이라며 넘겼다면, 한 아이는 울고 있었을 겁니다

점심시간이 끝난 직후, 한 학생이 울면서 교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얘가 제 물건을 던지고 욕했어요.” 처음엔 단순한 말다툼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몇 주 전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이건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학교폭력일 수도 있겠구나.’ 저는 우선 아이를 안정시키고, “지금 네가 많이 놀랐지. 선생님이 함께 해결해볼게.”라고 말하며 감정을 진정시켰습니다. 그 후 즉시 학교폭력 전담부서에 보고하고, 절차에 따라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① 사실 확인과 절차적 대응

학교폭력 사안은 감정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먼저입니다. 저는 피해 학생의 진술을 꼼꼼히 기록하고, 목격자 학생과 가해로 지목된 학생 모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편견 없이 듣는 태도였습니다.

한쪽의 감정에 치우치면 사건의 진실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담임교사로서 즉시 학폭 담당 교사와 관리자에게 보고했고,
공식 절차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부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보고와 기록은 빠를수록 정확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정리하자”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확인받았습니다.

절차적 대응은 학생을 지키는 ‘법적 장치’이자, 교사의 신뢰를 지키는 ‘전문성의 증거’라고 생각했습니다.

② 피해 학생의 회복과 가해 학생의 성찰, 두 축을 함께 잡기

사건이 정리된 후에도, 저는 피해 학생의 회복을 꾸준히 살폈습니다. 교사가 “끝났다”고 느낄 때,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니까요. 수업 중 태도, 친구 관계, 쉬는 시간 표정까지 세심히 관찰했습니다. 동시에 가해 학생에게도 기회를 주었습니다.

“너의 행동이 왜 잘못이었는지 알고 있니?”
“그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대화 속에서 아이는 처음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조금씩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징계’보다는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회복적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직접 감정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앞으로는 다르게 행동하겠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③ 학교 공동체 차원의 예방과 회복 문화 만들기

사건이 마무리된 후, 저는 학급 전체에 ‘말의 힘’과 ‘존중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미니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친구를 놀릴 때, 네 입은 웃고 있지만 그 친구 마음은 울고 있을 수 있어.” 이 문장 하나로 아이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했습니다.

또, 학생들과 함께 ‘우리 반 약속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기”, “장난이 아닌 폭력은 바로 멈추기”,
“누군가 힘들어하면 먼저 다가가기.” 아이들이 직접 쓴 문장을 교실 뒤편에 붙여두었더니, 서로가 스스로를 지켜보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 면접용 사자성어 : 인의예지 (仁義禮智)

👉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네 가지 기본 덕목 — 사랑, 의로움, 예의, 지혜.”
학교폭력 대응의 본질은 ‘처벌’이 아니라 ‘사람다운 회복’을 돕는 데 있습니다.

💫 교사로서의 다짐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학교폭력은 하루의 사건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인생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교사가 조금만 더 일찍, 조금만 더 깊게 관심을 가졌다면 상처는 더 작아졌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저는 규정에 따라 움직이는 교사가 아니라,학생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폭력을 끊어내는 손이 아니라, 상처를 감싸는 손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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